2017. 9. 3. 06:05
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하여/J.프레베르 하루.............●2017. 9. 3. 06:05
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하여/J.프레베르
우선 문이 열려있는
새장을 그릴 것
다음에는 새를 위해
뭔가 아담한 것을
뭔가 간단한 것을
뭔가 아름다운 것을
뭔가 쓸모 있는 것을 그릴 것
다음에는 정원이나
작은 숲이나
산림에 그림을 그려놓고
나무 뒤에 숨을 것
아무 말도 하지 않고
움직이지도 말고...
때로는 새가 빨리 오고
오기 위해
여러 해가 걸리기도 한다
실망하지 말것
기다릴 것
필요하다면 여러 해를 기다릴 것
새가 빨리 오고 늦게 오는 것은
그림의 성공과는 무관한 것
새가 날아올 때는
새가 날아오거든
가장 깊은 침묵을 지킬 것
새가 새장에 들어가는 것을 기다릴 것
새장에 들어가면
붓으로 살며시 문을 닫을 것
그리고 새장의 모든 창살들을 차례로 지우되
새의 깃털 하나라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할 것
다음에는 나무의 초상화를 그릴 것
새를 위해
가장 아름다운 가지를 선택하여
초록의 잎사귀와 바람의 신선함과
태양의 가루와
뜨거운 여름날의 풀벌레 소리를 그릴 것
그리고는 새가 결심하여 노래하기를 기다릴 것
혹 새가 노래를 하지 않으면
그것은 나쁜 징조
하지만 새가 노래하면 그것은 좋은 징조
그대가 서명해도 좋다는 징조
그렇다면 아주 살며시
새의 깃털 하나를 뽑아서
그림 한편에 그대의 이름을 쓸것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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